욕조
여기 한 소년이 있다. 조금 우울하고, 자신감은 없어 보이지만 그 깊은 안쪽에는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이 있는. 소년은 한 소녀를 사랑했다. 처음에는 그저 같이 있고만 싶었고, 이야기가 꽤 잘 통하는 친구라고만 생각했다. 어느 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꼬박 새우고 집에 돌아와 잠들기 위해 눈을 감던 새벽, 소년은 아, 맞다, 이게 사랑인가 보다. 수많은 시와 노래에서 말하던 사랑이란 게 나에게 찾아왔나 보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사랑이란 말인가?란 생각을 하게 된다. 소녀는 아름다웠다. 적어도 소년의 눈엔 그랬다. 소녀의 웃음소리, 말할 때 특유의 모양으로 움직이는 입술의 곡선, 다정하면서도 장난스러운 말버릇, 컵을 잡을 때의 손 모양, 걸음걸이, 머릿결과 색깔, 눈동자가 움직이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