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평일의 휴일이었다. 게다가 기가막히게 멋진 날씨였다. 일주일 넘게 흐리고 비가 내리던 날들이 지나고, 하늘은 거짓말처럼 파랗고 깨끗하게 저 높이 펼쳐져있었다. 쳐다보면 눈이 아릴 정도로 파랬다. 박물관을 향하는 발길은 가벼웠다. 투명한 공기, 여름에 신으려고 사둔 로퍼의 푹신함, 티셔츠와 반바지가 주는 느슨한 여유,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기분좋은 몸의 긴장감, 오는 길에 마주친 고양이 두 마리, 집을 나서면서 열어 본 더이상 버릴게 없이 깨끗하게 비워진 집 재활용 쓰레기통, 저녁에 만들어 먹을 메뉴인 피시앤칩스를 생각해 낸 것들이 박물관을 향하는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박물관에 도착하니 행복할 정도로 넘쳐나는 햇살 속에서 입장객들이 이미 줄을 서서 오후 입장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30분 전이었다. 나는 줄의 끝에 가서 선다. 줄을 선 사람들은 휴대폰을 보거나 출입구를 바라보기도 하고, 같이 온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강렬한 태양이 주는 오후의 기묘한 적막 속에서 박물관 회백색 벽 옆에 늘어서 있었다. 나는 줄의 끝에서 멍하니 앞에 선 여자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보았다. 반대편 도로에 정차된 검은색 포드SUV의 뒷좌석 문이 열리고 스키마스크를 쓴 세 명의 남자가 무장을 한 채 내리는 것을. 곧 이어 운전석에서 역시 스키마스크를 뒤집어 쓴 남자가 한명 더 내려서며 먼저 내려 앞서가는 세 남자의 뒤에서 외친다. 알라후 아크바르!
구름위에뜬기분이었어/나무사이그녀눈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