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는 물고기가 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아이는 푸른 바다를 너무 좋아했거든요. 아이는 바다는 물론이고 바다와 관련된 그 어떤 것이라도 좋아했어요. 커다란 물고기. 해초나 해변. 심해와 섬. 그리고 각종 배, 잠수함이나 선원. 심지어 낚시까지도. 텔레비전에서 바다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넋을 잃고 쳐다봤어요. 상어나 고래 같은 바닷속 생물에 관련된 내용이나 심지어 6시 내 고향에서 어촌이 나와도. 아이는 바다의 넓고 깊음에 그리고 그것이 불러오는 고요와 고독에 매료되었어요. 하지만 아이는 12살이 된 지금 까지 아직 한 번도 바다를 직접 본 적이 없었답니다. 누구도 아이를 바다에 데려가주지 않았죠. 아이는 복지원에서 자랐어요. 기억의 처음은 복지원이어서 부모님이 누군지 알지 못했죠. 몸이 왜소하여 늘 혼자였고, 가끔 같은 복지원 아이들이 바다에 미친놈이라면서 괴롭히기도 했지만, 바다를 알고 난 뒤부터 상관없었어요. 왜냐하면 바다는 아이를 받아주고도 남을 만큼 거대했으니까. 한 번은 학교를 간다고 보육원을 나와 무작정 바닷가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기차역으로 간 적이 있었지만 혼자 역을 배회하는 아이를 수상하게 본 어느 아저씨의 신고로 보육원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원장님께 크게 혼난 적이 있어요. 아이는 언제나 시간이 날 때마다 바다와 물고기와 배를 그렸어요. 그림을 그릴 때면 학교도 보육원도 모두 잊어버렸어요. 언젠가 미술숙제로 자신의 미래를 그려오라는 선생님에 말씀에 아이는 커다란 물고기 그림을 그려갔어요. 점점 검은색으로 짙어지는 푸른색의 그러데이션 배경에 붉고 큰 물고기의 옆모습이 스케치북을 가득 채운 그림. 하지만 물고기를 자세히 보면 철로 만들어진 잠수함이었어요. 물론 아이는 잠수함이 되고 싶은 건 아니었고, 잠수함을 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이었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아이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죠. 하지만 아이는 선생님이 이해를 하든 못하든 상관없었답니다. 물고기 모양의 잠수함을 타고 바닷속을 누비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