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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그렇진않았지만

타케 마사하루, 백엔의 사랑

패자의 레프트 훅

즐겁고 뜨거운 영화다.

답이 없을 정도로 패배한 청춘의 끝.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완전히 패배한채 무기력한 32살 무직아다모태솔로인 그녀는, 복싱 체육관의 한 남자를 알게되고 그 남자와의 짧은 짝사랑을 앓고, 또 패배의 전적을 한 번 더 보태고야 만다.
남자와의 첫 데이트에서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에서 구입한 싸구려 호피무늬 속옷(남자의 마음을 훔쳐라라는 광고카피가 적혀있었다.)을 입는 장면은, 그녀가 세상의 바닥에서 기어가며 살고있다는 느낌을 준다. 한마디로, 답이 없는 상태. 심지어 같이 일하는 중년의 돌싱 아르바이트 동료에게 강간까지 당하고 만다. 그렇게 그녀는 좋아하던 그에게 조차 패배하고 만다. 그리고 복싱을 배운다. 처절할 정도로 어설프게.

영화에서 제일 멋진 장면은 그가 다른 여자와 함께 그녀를 버리고 떠나는 장면에서, 그녀가 처절할 정도로 어설프게 시작했지만, 어느새 새도우 복싱을 그럴 듯하게 소화하면서 러닝을하는 장면들이다. 그녀는, 복싱은 싸우기도 하지만, 끝나고 서로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 멋지다고, 그런 것을 왠지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가난한 청춘의 레프트 훅. Hungry. Angry.

무언가 안풀리는 장면마다 블루지한 연주들이 배경음으로 깔리는 게 좋다. 이게 블루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