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와 연쇄살인을 벌이며 도피 행각을 벌인 실제 범죄자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 영화는 주인공인 살인자 에노키즈가 붙잡혀 경찰서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시작한다. 영화는 그가 경찰에게 자백하는 범죄 내용을 따라가며 보여준다. 따라간다고는 하나 시간 순으로 따라가지는 않는다.
그는 마치 못된 아이가 장난을 하듯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쉽게 쉽게 살인을 저지른다. 그래서, 영화 제목의 연장선에서, 복수의 원인이 있고 그 복수를 위해 악행을 저지른다는 악인 나름의 논리가 실제 영화에서는 희미하다. 영화는 원인-결과로 쉽게 읽히게 되는 시간적 구성을 일부러 배제한 듯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영화에 나오는 복수는 애매하다. 영화가 끝나도 복수로 인해 해소되는 것이 무엇인지 애매하다. 복수는 누구의 것이고 누구를 향하는 가.
이 영화에서 복수란 굳이 주인공 에노키즈에게만 해당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에노키즈만 뿐 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들도 저마다 복수를 꿈꿀만한 이유들이 있기 때문이다. 에노키즈는 아버지와 세상에 대한 복수를, 에노키즈의 아버지(와 에노키즈의 부인인 카즈키)는 아들(카즈키의 경우는 남편)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에노키즈가 오래 머문 여관의 여주인 하루 역시 그녀의 어머니와 자신의 남편(정식 부인은 아니다. 하루는 그의 첩이다.)에 대한 복수를 꿈꾸었을지 모른다. 하루의 모친은 이영화에서 아마도 유일하게 (에노키즈와는 달리)복수를 꿈꾸고 성공한 적이 있는 인물일 것이다. 그녀는 원한이 있던 자를 죽이고 살인죄로 15년을 복역한 뒤 출소한지 얼마 안된 인물이다. 노파는 그래서인지 에노키즈의 복수심을 관통하는 듯한 말을 자주 한다.
에노키즈는 결국 죽이고자 하던 사람을 죽이지 못하고 복수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를 죽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역시 나름의 인내와 기다림으로 아들에 대해 복수를 감행했다고 본다. 그의 아버지는 (아마도, 에노키즈가 원하는 대로) 며느리를 끝까지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아버지가 그리했더라면 그리고 그 사실이 명백하게 에노키즈에게 드러났더라면, 에노키즈는 아마도 아버지를 보다 수월하게 죽이고 그의 복수는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감독은 아버지와 카즈키의 사랑을 통해 인간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본능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누구나 알고있지만 보기에는 불편한 그 본능들 말이다. 마지막에 에노키즈의 뼈들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멈추는 뜬금없는 연출이 나오는데, 어쩌면 그들 역시 영원히 에노키즈의 복수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갈 것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사형당한 에노키즈의 유골을 뿌리러 겨울 산 정상에 올라가는 에노키즈의 아버지와 카즈키가 탄 케이블카의 반대편으로 수녀들이 가득 타고 있는 케이블카가 교차하며 산 아래로 내려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유골을 뿌리러 오르는 정상이 곧 하늘나라라는 의미 같기도 하다. 에노키즈는 죽어서도 그곳에 가기를 거부하고(또는 거부당하고) 아버지와 카즈키 옆에 망령처럼 남아있게 될 것이라는 뜻일까.
에노키즈가 살인을 저지를 때 카메라가 불안하게 흔들리며 그를 찍는데, 살인직전의 불안함을 굉장히 잘 보여주고 있다. 오줌을 싸서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는 장면이나 갑자기 장롱 문이 열리면서 시체가 툭 하고 튀어나오는 연출 등은 매우 효과적으로 잔혹한 세상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