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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위에뜬기분이었어

우물

  유적의 곳곳에는 우물이 있었다. 안내 문구에 따르면 전체 유적에 걸쳐 700여 개의 우물이 있다고 한다. 물론 모든 우물은 바싹 말라있다. 지금은 한낮의 그림자로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흰 빛 모래 사막 위의 하얗게 바랜 진흙벽돌로 남은 벽과 담과 길들. 거기 어디에 아주 오랜 옛사람들의 기억이 모래 한 톨만큼이라도 남아있을까. 배수로에 물이 흐르고 수많은 장인들이 저마다 내다 팔 물건들을 자랑하듯 만들던 그때의 기억이. 사람과 마을은 그리하여 우물이 필요했다. 진흙으로 구운 항아리에 줄을 감아 물을 퍼올리던 아낙네들과 그네들이 데리고 온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시끄러운 우물가. 감아올린 항아리에 찰랑거리는 맑은 물 위로 햇빛이 비추고 거기 웃음처럼 번지는 빛방울들. 그리고 그들 사이로 오고 가는 수많은 이야기들.

  지금은 버썩 마른 흙바람만이 시커먼 구멍 근처를 지나갈 뿐이다. 가만히 우물안을 굽어본다. 그림자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작은 자갈 하나를 떨어뜨려본다. 똑바로 낙하하던 자갈은 그림자 속으로 곧 자취를 감춘다.  자갈은 시간을 두고 희미하고도 둔탁한 소리를 우물벽으로 올려 보낸다. 소리는 박자를 놓쳐 황망해하며 나를 쳐다본다. 비라도 미친 듯이 퍼부었으면. 그래서 우물에 다시 물이 들었으면. 그런 때를 볼 수 있을까. 어느 때고 물이 차오르기만 한다면. 그러니까 단 한 번만. 찰랑거리는 항아리가 수면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이미 그런 시간조차도 이미 지나가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곳 모헨조다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