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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위에뜬기분이었어

말 이란건 보통 때는 대충 쓸만하다가도,
정작 필요할 땐 밑이 빠진 항아리의 시커먼 속 같소.

손으로 그 속에서 아무리 쓸어 주워 담아보려해도

쥐어지는건 차가운 공기와 빈 손바닥 뿐,
허망할 뿐이외다.

특히나 오늘처럼 내 마음을 전할 말을 찾지 못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말이란 놈이 너무 허무할 정도로 허술해서 화가 나외다.

내 그대에게 느끼는 이 감정이 사랑도 아니요,
그렇다고 우정은 더욱 아니고,
의무도 아닌지라,

난 그대를 연인으로도,
친구로도,
가족으로도 부르지 못해서,

벙어리 냉가슴이란 이런 것인가 짐짓 앓다보면,
이러다 죽겠지 싶어 어떻게든 그대가 나에게 무엇인지를
길게 길게 적어보기도 하오.

그렇게 조금 써보면 어떤 때는 시도 되었다가,
조금 더 끄적이면 노래도 되었다가,
몇날 밤을 꼬박 새우며 적다보면 긴 책이 될 때도 있었소.

나는 이제 사실 저 모든 책들이 사실은 하나의 단어가 존재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길어져버린 것으로만 보이외다.

그리고 당연히,
모든 단어는  한 권의 시, 노래 또는 책이었을 거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