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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위에뜬기분이었어

달팽이

  때가 지났는데도 해가 뜨지 않는 나날들이 계속되다 보면 알게 된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봄을 알리는 시냇물 소리가 아니라 그저 눈물이 흐르는 소리였을 뿐임을. 그런 날들의 끝에선 조용히 무릎을 꿇고 제발 제발 제발 인간들이 모두 사라지게 해 주세요,라고 간절히 기도라도 올릴 일이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입을 다물고 하루의 모든 시간을 조각내어 그 모든 조각마다 매일매일의 일상을 단단히 새겨 넣어 쌓아 놓는다. 이제 하루하루가 서로서로 닮아 어제는 계획이 되고 내일은 기억이 되기도 한다. 어제와 오늘, 저번 주와 이번주, 저번 달과 이번 달, 작년과 올해가 꼭 닮은 것만 같아서 사실 우리는 어디론가 나아가는 게 아니라 같은 곳을 빙빙 돌 뿐이란 사실을 문득 깨닫기도 한다. 그렇게 조각의 더미는 나선으로 빙빙 돌며 소용돌이 모양으로 쌓여간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달팽이 집으로 들어가 맨 영혼을 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