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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그렇진않았지만

넷플릭스, 더퍼 형제, 기묘한 이야기 시즌4

시즌 3에서 호퍼가 사라진 뒤, 엘은 조이스와 살기 위해 오두막을 정리하다 호퍼가 남긴, 사실 남겼다기보다는 엘에게 하고픈 말을 적어둔 꼬깃한 쪽지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너도 나이를 먹고, 자라고, 변하겠지. 정말 솔직히 말하면 난 그게 겁난다. 뭐든 변하는 게 싫거든.

내가 이러고 있는 이유도 그거 같다. 변하는 걸 막아 보려고. 시간을 되돌리려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해 보려고. 순진한 생각인 거 안다. 삶은... 그렇게 안 되니까. 삶은 변하지. 싫든 좋든 시시각각 변해. 그래,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슬프고, 그리고 때로는... 놀랍고, 행복하지.

그래서 말인데, 계속 자라다오. 내가 막지 못하게 해. 실수하고, 거기서 배워. 삶이 널 아프게 하면... 분명히 그럴 거거든. 그 아픔을 기억해. 아픔은 좋은 거야. 동굴에서 나왔단 뜻이거든.

하지만 제발, 괜찮다면, 불쌍한 네 아빠를 생각해서, 문은 10cm만 열어 놔라.'

껍질을 부수고 자라면서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비극과 고통과 상처를 마주한다. 누구든 익히 알고 있던 세상이 완전히 낯설게만 느껴지는 때를 겪으면서 성장한다. 기묘한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호킨스라는 세상이 전부였던 아이들은 호킨스가 낯설게 되고, 이해가 불가능한 괴물과 마주하고, 한심한 어른들과 대결한다. 그리고 지독한 고통과 절망 속의 아이들을 구원하는 것은 좋은 기억들이다. 시즌 4에서 맥스의 명장면은 그래서 감동적이다.

별거 아니지만 작고 행복한 일들을 생각하며 웃음 짓는 순간들. 우리를 구원하는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