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미있어서 2주에 걸쳐 두 번 본 영화
이 영화는 약속에 관한 이야기다. 빚을 지면 갚는다라는 인간 사회의 기본적이고 단순한 약속을 지키는 일이 때때로 얼마나 숭고하고 힘들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이 리치의 감각적인 편집, 하위문화에 대한 애정, 선곡 취향, 한바탕 야단법석 대소동을 좋아한다. 그의 초기 두 작품인 '록, 스탁 앤 스모킹 배럴스'와 '스내치'는 쿠엔틴 타란티노에 대한 영국의 대답이었다. 언급한 데뷔작 두 편은 무척 신선했지만, 매 영화마다 빙빙 꼬아 만든 대소동 속에 등장하는 전작과 비슷비슷한 캐릭터들로 인해 매너리즘이니, 식상하다는 평도 꽤 있었던 걸로 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젠틀맨:더 시리즈를 전부 보고난 뒤 그의 영화가 다시 보고싶어져 안보고 미루었던 최근 작 몇 개를 다시 봤고 이제 커버넌트까지 보았으니 셜록 홈스나 원탁의 기사, 알라딘 같은 원작 기반의 영화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본 듯싶다.
이 영화는 기존 그의 영화와는 다르다. 커버넌트에는 내가 좋아하는 그의 버릇과도 같은 한 바탕 좌충우돌 야단법석 소동극과 현란한 편집은 없다. 대신 전쟁과 인간과 인간의 약속에 관한 매우 무거운 장면들이 가득하다. 감독은 영화 속 존 킨리 상사라는 인물을 통해 미군에 협력하여 현재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그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고 말한다.
몇 가지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우선 처음 사제폭탄공장을 덮친 후 탈레반과의 전투 씬. 히트의 은행강도 후 시가전만큼이나 잘 만든 장면.
탈레반에게 부하들이 모두 죽은 뒤 아흐메드와 도망쳐 한숨 돌리던 존이 쪼그리고 앉아 자책이 가득한 표정으로 분노를 삭이는 장면.
아흐메드가 존을 수레에 태워 산길을 오르다 힘들어서 잠시 쉬면서 눈물 흘리는 장면.
꼭그렇진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