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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그렇진않았지만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외

 

 

너무도 유명한 도입부의 문장 세개는(내가 읽은 문예출판사 버전과는 조금 다르게 고쳤음) 다음과 같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서 기차가 멎었다.

 

특히 첫 문장이 멋진데, 우연히 얻게된 영문판(유명한 Seidensticker번역판.)으론 이렇다.

 

"The train came out of the long tunnel into the snow country"

 

 

소설은 별다른 줄거리가 없다. 대신 겨울에 눈이 많은 일본의 어느 산골 온천지의 인물들과 풍광이 세심하고 정결하게 묘사된다.

 

주인공 시마무라가 우연히 들르게된 산골 마을 온천에서 묵으며 친하게된 고마코라는 게이샤와의 삼년에 걸친 인연(작중은 2년째~3년째의 이야기가 주가되고, 1년전 이야기는 회상을 통해 등장한다.)을 그린 소설. 가와바타는 이 소설 이후 노벨문학상을 타게 된다.

 

개인적으로 놀랍게 읽은 부분은 고마코와 시마무라의 대화인데 대화중에 드러나는 열일곱부터 동기(정식 게이샤가 되기전 어린 게이샤를 일컫는듯.)로 나선 그녀의 일생이나 일상사는 맘 한구석을 아리게한다. 특히 그러한 대화와 더불어 묘사되는 그녀의 나이와 외모는 그런 감정을 극대화 한다.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인생들이 모여 짧지만 긴 동면같은 휴식을 찾는 곳. 그러나 그곳에는 슬픈 인생과 대비되는 반짝이는 고마코의 삶이 있다.

 

문예출판사 설국에는 다른 두편(이즈의 무희, 금수)이 함께 실려 있다.

 

이즈의 무희는 설국과 비슷한 분위기이나 주인공이 어린 무희에게 느끼는 슬픔이 좀더 직접적으로 묘사되어있고(그래서 조금 어린친구들이 읽으면 멋질것이다.), 금수는 냉소적인 인물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