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esun 2024. 7. 25. 09:24

하늘과 땅이 맞닿은 채 끝없이 펼쳐진 차가운 흙들판에 오롯이 뻗은 길을 따라 걸었다. 이 길의 끝에는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가 있다고 한다. 말도 안 되게 맑은 하늘이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추웠다. 나는 차량 진입이 금지된 새카만 흙길을 따라 솔헤이마산두르 해변을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1973년도에 추락한 미군 비행기가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온통 지평선과 거기에 맞닿은 구름 낀 하늘뿐이다. 간간이 보이는 안내표지판이 아니면 길을 잃기 쉬워 보였다. 지형지물이랄 게 아예 안 보이는 길. 어마어마한 공간의 풍경을 통해 나라는 하찮음에 도달하는 사유의 길. 묵묵히 길을 따라가다 보니 저 멀리 수송기의 실루엣이 보인다. 실루엣을 발견한 뒤로도 생각보다 한참을 걸어갔고, 수송기는 내가 가까워질수록 천천히 제 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동체와 양쪽 엔진이 남아있었고, 날개는 사라지고 없었다. 날개가 붙어있어야 할 곳에는 접합부만이 내부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커다란 버스 두 대 정도의 크기다. 그것은 사방 천지 인공물이라고는 없는 공간에 덩그러니 공룡의 화석처럼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