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esun 2024. 7. 23. 10:56

"여기가 유명한 골드힐이야. 영국에서 가장 로맨틱한 풍경의 언덕길이라고 해. 어떠니? 아빤 여기서 보면 길도 예쁘지만 낮은 집 지붕들하고 저 멀리 들판이 보이는 게 마음에 드는구나. 뒤쪽에 있는 교회는 성 베드로 교회라고 하고 옆 길로 쭉 내려가면 중세시대 수도원이었던 새프츠베리 박물관이 있어. 거기에는 어려서 죽은 성 에드워드 왕의 유해가 보관되어 있대. 기적으로 유명한 왕이야. 그가 죽었을 때 시신이 부패하지도 않고, 주변의 아픈 사람들의 병이 나았다고 하더구나. “


아들은 말없이 언덕에 서서 내 손을 잡고 골드힐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날씨가 좋았다. 하늘에는 얇게 비치는 천들을 펼쳐놓은 듯한 옅은 구름이 흩어져있었고 저 멀리 지평선이 그림처럼 가로지르고 있었다. 낮고 작은 벽돌 집들이 언덕길 한쪽으로 간식을 받으려 나란히 줄을 선 아이들 처럼 이어져 있었다. 저멀리 들판이 펼쳐져 있었고, 들판에는 관목들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뭉쳐있었다. 둘은 손을 잡고 돌길을 밟으며 언덕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예전에 이 동네에 살던 윌리엄이란 소년이 있었대. 윌리엄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할머니가 몹시 편찮으셨대. 윌리엄은 가난했고, 도시로 나가 할머니를 고칠 방법이 없었지. 어느 날 마을에 성벽을 쌓기위해 온 관리하나가 윌리엄에게 에드워드 왕의 전설을 말해주었어. 윌리엄은 에드워드 왕의 기적을 할머니에게 전하기 위해 밤에 몰래 수도원 담장을 넘어 들어갔지. 평소에는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숨겨두거든. 소년은 성 에드워드 왕의 시신을 찾았고 기도를 올린 뒤 시신의 손에 끼워둔 반지 하나를 빼서 집으로 와서 할머니에게 끼워드리지. 할머니는 거짓말 처럼 병에서 나았대. 하지만 할머니가 거짓말 처럼 나아서 돌아다니고, 손에 낀 반지를 낀 모습을 본 마을사람들은 그것이 성인의 시신을 모독한 중죄의 결과인 것을 알게되었지. 어느날 밤 윌리엄은 마을에서 도망쳐야 했어. 언젠가 자신에게 성 에드워드의 전설을 말해주었던 성벽 관리인을 찾아 마을을 떠나게 되지”


“윌리엄은 그 후 어떻게 되었나요?”


“마을에서는 윌리엄의 그 후 소식을 못 들었대. 많은 세월이 지나고, 윌리엄은 유능한 성벽관리인이 되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왕의 명령에 따라 벽을 쌓는 일을 했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