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롯 생성기_01. Alt.
왕은 왕궁 지하에 비밀스레 만들어진 방의 문 앞에 있었다. 문의 안쪽에서는 왕비가 비밀리에 출산 중이었다. 지하에는 몇 개의 등불이 타고 있었으나 어두컴컴했다. 이 곳은 선대에 감옥으로 쓰이던 왕궁의 지하 깊은 곳으로 지금은 쓰이지 않는 공간이었다. 왕은 문 앞을 서성이면서 등불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공간들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왕은 손수 비밀리에 데려온 세 명의 산파들만이 왕비의 출산을 돕도록 조치했다. 그는 벌써 오랜 시간 이 어두운 문 앞에서 출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떠한 빛도 들어오지 않는 왕궁의 지하감옥 복도에 가끔씩 비명으로 번지는 왕비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울려퍼진다. 왕은 어둠 속에 시간을 세듯이 흘려보내며 자신의 운명에 대해 생각한다. 다음날 새벽녘이 되어서야 아이의 울음소리와 산파들의 탄식이 들려온다. 왕은 잰걸음으로 문을 열고 산실로 들어간다. 왕은 들어간 그 방에서 보게 되었다. 땀에 젖어 창백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왕비를. 그리고 혼란워하는 산파들의 모습을. 침대 옆에 무릎을 꿇은 산파는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쥔 채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다른 산파는 완전히 지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침대 옆 의자에 쏟아지듯 앉아있었다. 나머지 한 명의 산파-아마도 아이를 직접 받은 듯한 가장 노령의 산파-는 영혼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무언가를 들고 있었던 듯 피투성이의 양손을 벌린 채 왕비의 발치에 서있었다. 그녀의 두 눈에는 공포가 서려있었다. 그리고 또한 왕은 보았다. 그 산파의 발치에 붉은 핏덩이가 탯줄이 이어진 채 엎어져있는 것을. 왕은 아이의 얼굴을 보자 산파가 아이를 떨어뜨린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것의 몸은 사람이었으나 머리는 소였다. 그것은 울지도 않았을뿐더러 엎어진 자세에서 곧바로 고쳐 앉더니 제 탯줄을 스스로 끊었다. 그리고 곧장 일어섰다. 그것은 눈앞에서 서서히 몸이 자라 금방 소년정도의 크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왕은 옆에 찬 칼을 들어 공포와 혼란에 빠진 산파들을 차례차례 벤다. 산파의 피가 묻은 칼을 들고 침대 곁으로 가 왕비에게 물었다. 아이의 아비가 누구더냐. 용서해 주세요. 용서해 주세요. 왕비는 눈물에 젖은 눈을 감은 채 말한다. 다시 묻지 않겠다. 아비가 누구더냐. 왕은 칼을 들어 올려 내려칠 준비를 했다. 왕비가 울음 섞인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소요. 왕은 귀를 의심한다. 소? 왕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신께서 보내주신 그 크고 아름다운 소를 말하는 것이냐? 왕비는 고개를 끄덕인다. 왕은 칼을 바닥에 내던지고 탄식한다. 아아. 누구를 탓하겠는가. 나를 왕으로 만들어 주신 신과 딸을 주신 장인을 배신한 내가 지금 이렇게 벌을 받는구나.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왕비가 소머리를 한 아이를 낳다니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왕은 탄식하며 주저앉아 왕비의 가랑이에서 나와 이제 성인 크기로 자라 있는 그것을 바라본다.
후일 사람들로 부터 미노타우로스로 불리게 되는 그것이 왕이 베고 찌른 산파의 시체들을 뜯어 삼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