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그렇진않았지만
코맥 매카시, 패신저+스텔라 마리스
palesun
2024. 7. 21. 07:36


코맥 매카시의 유작이자 연작 소설인 패신저와 스텔라 마리스.
코맥 매카시의 책은 언제나 무시무시할 정도로 재미있다. 스텔라 마리스는 만 하루 만에 읽었다. 그만큼 손에서 놓기 힘들었다는 것.
많은 부분을 다룬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한 문장으로 말해보자면,
기호를 통해 세상을 인지하는 인간이 기호 너머 세상 그 자체를 알 수 없음에 따른 비극, 이라고 적을 수 있을까.
얼리샤는 수학으로 세상의 본질을 힐끗 보았다고 생각하지만(아니면, 보고 싶어 하지만), 자신에게는 입장이 허락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반대쪽의 일반적인 세상 역시 그녀를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도.
보비는 얼리샤가 깨져버리는 것을 막지 못한 죄책감에 남은 여분의 삶을 말 그대로 살아낸다. 보비의 죽음보다 더한 얼리샤 이후의 삶이 패신저의 내용이다. 보비의 깊은 비통한 마음이 언뜻언뜻 비치는 장면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주는 문장들.
스텔라 마리스는 정해진 숲 속을 들어가기 전 고백성사를 하듯 모든 것(일까?)을 말해주는 얼리샤와 상담사의 대화로만 이루어져 있다. 패신저의 프리퀄이라 할까, 패신저에도 중간중간 얼리샤의 챕터가 있긴 하지만, 얼리샤의 입으로 듣는 기분이 든다. 마지막에 상담사에게 하는 말이 오래 여운에 남을 것 같다.
그곳에서 편안하신가요, 코맥 선생님. 꼭 그러 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