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위에뜬기분이었어
자기혐오의 저녁
palesun
2020. 12. 24. 18:42
사람마다, 성격마다 그 빈도나 강도가 사뭇 다를 지라도,
누구에게나 자기혐오의 저녁은 찾아오게 마련이다.
하루를 마무리 하는 저녁 식사 시간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뜬금없이 오래 전에 내뱉은(아, 억지 웃음을 웃던 그 사람들의 표정이라니) 썰렁한 농담이나,
얼마전 술자리에서 취해서 걸어본 옛 여인과의 통화내용이 생각나는 그런 저녁 말이다.
멀어진 친구, 잊혀진 대화, 이제는 그 얼굴도 생각나지 않고 그 좆같음만 남은 상황들이,
갑자기 대가리를 확 비집고 들어오는 그런 저녁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할 때 즈음이면
자기혐오의 저녁은 심해져서 가끔 아오!하는 탄식을 자아내고
씻고 난 후 거울을 볼 때면 원래 못 생긴 얼굴이 일곱 배 정도는 더 꼴보기 싫어지기도 하는 그런 저녁.
그런 저녁을 버텨내고 자리에 누워 어두운 천정을 바라보노라면
이제 자기혐오의 저녁은 자기환멸의 밤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런 좆같은 날을 구원해 줄 수 있는 건 단 한가지,
새벽 기상 알람이다.
새벽 기상 알람과 함께 이제는 하찮아진 그 기억들을 벗어두고
어둡고도 완벽한 새벽으로 들어가는게 너무 좋다.
나는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