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펄로 '96_05. 빌리 브라운
출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빌리는 잠들기 전 늘 하던 데로 나가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며 누워있었다.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할 일들은 명확했다. 그가 5년간 머릿속에서 다듬고 또 다듬은 일들이었다.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에는 나가서 해야 할 일 또는 하고픈 일이 너무 많았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나면서 출소하고 할 일은 점차 줄어들었다. 이제 그의 머릿속에는 단 세 가지 일만이 박힌 못처럼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부모님 집에 찾아가는 것이다. 일단은 5년 동안 한 번도 부모님을 뵙지 못했으니까. 집으로 가기 전에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자신이 뉴욕에 와 있다고 미리 말해둘 셈이다. 빌리는 부모님을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언제나 자식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5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갇힌다는 사실보다 부모님이 그 사실에 충격을 받을까 봐, 그저 취직되었다는 핑계를 대고 집에서 나와 조용히 교도소로 들어갔다.
그는 복역하는 동안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리 손을 써두고 있었다. 그는 명절이 다가오거나 계절이 바뀌면 딸쟁이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면회하러 오도록 했다. 그리고 미리 써둔 안부 엽서와 약간의 돈을 그에게 건네주곤 했다. 처음 그는 부모님께 보내는 엽서에 거짓으로 꾸며낸 새 직장 이야기를 적어 보냈다. 직장 이야깃거리가 떨어지면서 그는 이사한 새집에 관한 이야기나 기르기 시작한 레트리버에 대한 거짓말을 적어 보냈고, 더 이상 할만한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자 상상 속 여자와의 연애 이야기를 써 보내기 시작했다. 그는 부모님께 보내는 엽서를 채워가면서 자신의 잃어버린 5년의 공백을 행복한 버전의 빌리로 채우는데 몰두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희망이 뒤섞인 모호한 감정으로 사귀던 그 여자와 결혼했다는 상상을 엽서에 적어 보내기에 이르렀다. 그는 결혼한 사실을 적으며 복역 기간 중 거의 처음으로, 비록 상상 속이었지만, 행복감을 느꼈다. 딸쟁이는 빌리를 면회하러 와서는 그의 거짓말이 적힌 엽서와 돈을 받아와 적당한 때에 다른 지역으로 버스를 타고 간 뒤, 도착한 지역의 우체국에서 엽서와 빌리가 준 돈으로 구입한 선물을 빌리의 부모님 집으로 보내곤 했다.
그다음 할 일은 딸쟁이에게 전화를 거는 일. 딸쟁이에게는 부탁할 게 있었다. 자신을 이곳에 오게 만든 스콧 우드의 근황을 알아봐 달라는 것. 그다음, 아마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혹시라도 아는 또래 여자애가 있냐는 것. 만약 딸쟁이가 아는 쓸만한 여자애가 있다면 그녀에게 약간의 돈을 주고 자신이 부모님 집을 방문하는 동안 부인 역할을 부탁할 생각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예쁘고 참할수록 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 일은 딸쟁이가 알아낸 주소로 스콧 우드를 찾아가는 것.
깊은 잠 속에서 빌리는 또다시 스콧 우드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곧바로 자신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한 번 더 당겼다.